그러니까 '심슨가족, 더 무비 '의 관건은 TV 시리즈의 퀄리티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극장 스크린에 옮겨 놓느냐 하는 것이었겠죠. 관객들 배꼽 잡게 만드는 거야 이 사람들 개그 내공이 몇 년인데,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거예요. 문제는 그런 개그를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 얼마나 잘 녹여내느냐 하는 거지. 그러니까 관객을 웃기더라도 맥락이 있는 개그로 웃겨야 한다는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유머감각이 풍부해가지고 상황에 맞게 적절한 유머를 구사해서 웃기는 사람이 있다고 치고요. 유머감각은 잘 모르겠고 어디 인터넷 유머 사이트 같은 데서 보고 외운 소스가 많아서, 대화 흐름과는 좀 무관하게 파편화된 이야기들로 웃기는 사람이 있다고 해봐요.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듭니까? 같은 웃음이라도 전자가 좀 더 고차원 적인 웃음이겠죠.
'심슨가족, 더 무비'에서 필요한 웃음도 그런 웃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겁니다. 극장판과 TV판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뭘까요? 상영시간이죠. 극장판은 얼추 90분 정도하고, TV판은 20분이 조금 넘어요. 그렇다고 극장판을 만들면서 TV판을 네 개 연달아 트는 기분으로 작업을 해봐요. 그냥 인터넷에서 유머 소스 긁어다가 아무데서나 붙여 넣기 하는 사람이랑 별반 다를 바 없는 거죠. 말 그대로 관객들을 TV에서 공짜로 보면 될 걸 돈 내고 극장에 보러 온 바보로 만드는 겁니다. 호머가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하듯이 말이에요.
관객들을 바보로 만들지 않으려면 극장판이 극장판 만의 제대로 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겠죠. 단순히 TV판을 영화 상영시간에 맞게 잡아 늘려 만든 이야기여서는 안 되는 거고요. 그리고 그렇게 잘 짜인 이야기 안에 심슨 시리즈 본연의 특장점을 잘 녹여냈을 때, 그때야 비로소 제 돈 내고 힘들게 극장에 찾아 온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보기에 이번 '심슨가족, 더 무비'는 그런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낸 것 같습니다. 관객을 향해 바보라 외치는 호머의 일갈이 기분 나쁘지 않았거든요.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되려 가장 재미있는 개그 중 하나로 기억에 남던 걸요. 이렇게만 해준다면 앞으로도 몇 번이고 바보소리 들을 용의가 있네요. 그래서 영화 끝나고 나왔던 매기의 한마디가 제발 빈 말이 아니길 빌고 있습니다. 다른 캐릭터도 아니고 매기의 입에서 그런 언급이 나왔는데. 이건 한번 기대를 해봐도 괜찮을 거라는 이야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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