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황금가지에서 내놓은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를 죽 읽고 있다. 현재 세 번째 이야기, '머나먼 바닷가'를 막 끝내고 네 번째 이야기, '테하누'를 읽을 참이다. 읽는 내내 서사력이나 상상력의 웅대함, 사색의 깊이 등에서 괜히 세계 3대 판타지라 불리는 게 아님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여류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잔잔함이 언뜻 판타지 세계를 이야기하는 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또 묘하게 잘 버무려져 있어서 매우 서정적인 인상을 준다.
참 잘 쓰여진 소설이라 보는 내내 감탄하게 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얼마 전 개봉했던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게드전기 '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원작을 읽으면서 '게드전기'가 떠오를 때 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을 했다니, 그것도 첫 작품으로. 미야자키 고로 감독, 알고 보니 꽤 용감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볼 때만 해도 원작을 1권 밖에 읽지 않은 상태라 잘 몰랐었다. 다만 애니메이션의 그 괴악한 퀄리티에, '아버지의 재능이 아들에게 유전되진 않은 모양이다.' 라고 간단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후에 원작을 더 읽어보니 이건 감독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애초에 너무 높은 목표를 잡았던 데 그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전에 원작의 성격상 영화화나 애니메이션화가 쉽지 않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을 때만 해도 감이 잘 안 왔었다. 그런데 원작을 직접 읽어가면서 이 이야기를 내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생각을 하니 이건 뭐 거의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다. 이걸 어떻게 화면에다 옮겨 놓아야 온전한 전달이 될 수 있을까? 물론 내가 감독을 할만큼 능력있는 사람은 아니라 금방 단언하긴 힘들지만 그게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은 알 수 있었다.
이런 고 난이도의 작업을 이전에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덜컥 하겠다고 나섰으니, 어찌 보면 실패는 애초에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와 함께 하나의 에피소드를 온전히 다루지 않고 굳이 여러 에피소드에서 이런저런 요소를 끌어다 하나로 만든 감독의 판단도 조금은 이해가 된달까. 깊은 고민 없이 달랑 이야기만 들어 와서는 에피소드 하나로 온전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들기 힘들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게드전기'는 원작 1편에서 자신이 해방시킨 그림자를 좇는 자의 이야기, 2편에서 이름 없는 자로부터 해방된 소녀의 이야기, 3편에서 마법이 사라지고 있는 세계를 구하고자 모험에 나선 왕자의 이야기, 4편에서 용이자 인간인 소녀의 이야기를 끌어다 버무려놓고 있다. 그리고 문제는 이런 버무림이 꽤나 어정쩡했다는 것일 테다. 거기에 개인적으로는 4편에 나오는 불에 탄 소녀 테루가 알고 보니 용이었다는 결정적 스포일링을 당했다는 안타까움을 하나 더하고 싶고.
이제 한국에서 기출간된 어스시 전집 시리즈도 마지막 권을 읽을 참인데 그 다음인 5편, 6편은 언제 나올 생각인지 모르겠다. 혹시 애니메이션의 흥행실패에 지레 겁을 먹고 후속편 출간이 무기한 연기 되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표지가 다들 너무 예뻐서 꼭 끝까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게 애니메이션을 왜 그렇게 만들어 놔서 여러 사람 괴롭히는지.
가만. 이거 따져 보니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구나.
참고로 '게드전기'에 대해 원작자 어슐러 르 귄은 공식 사이트 에 이런 코멘트 를 남겼음.
참 잘 쓰여진 소설이라 보는 내내 감탄하게 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얼마 전 개봉했던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게드전기 '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원작을 읽으면서 '게드전기'가 떠오를 때 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을 했다니, 그것도 첫 작품으로. 미야자키 고로 감독, 알고 보니 꽤 용감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볼 때만 해도 원작을 1권 밖에 읽지 않은 상태라 잘 몰랐었다. 다만 애니메이션의 그 괴악한 퀄리티에, '아버지의 재능이 아들에게 유전되진 않은 모양이다.' 라고 간단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후에 원작을 더 읽어보니 이건 감독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애초에 너무 높은 목표를 잡았던 데 그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전에 원작의 성격상 영화화나 애니메이션화가 쉽지 않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을 때만 해도 감이 잘 안 왔었다. 그런데 원작을 직접 읽어가면서 이 이야기를 내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생각을 하니 이건 뭐 거의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다. 이걸 어떻게 화면에다 옮겨 놓아야 온전한 전달이 될 수 있을까? 물론 내가 감독을 할만큼 능력있는 사람은 아니라 금방 단언하긴 힘들지만 그게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은 알 수 있었다.
이런 고 난이도의 작업을 이전에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덜컥 하겠다고 나섰으니, 어찌 보면 실패는 애초에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와 함께 하나의 에피소드를 온전히 다루지 않고 굳이 여러 에피소드에서 이런저런 요소를 끌어다 하나로 만든 감독의 판단도 조금은 이해가 된달까. 깊은 고민 없이 달랑 이야기만 들어 와서는 에피소드 하나로 온전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들기 힘들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게드전기'는 원작 1편에서 자신이 해방시킨 그림자를 좇는 자의 이야기, 2편에서 이름 없는 자로부터 해방된 소녀의 이야기, 3편에서 마법이 사라지고 있는 세계를 구하고자 모험에 나선 왕자의 이야기, 4편에서 용이자 인간인 소녀의 이야기를 끌어다 버무려놓고 있다. 그리고 문제는 이런 버무림이 꽤나 어정쩡했다는 것일 테다. 거기에 개인적으로는 4편에 나오는 불에 탄 소녀 테루가 알고 보니 용이었다는 결정적 스포일링을 당했다는 안타까움을 하나 더하고 싶고.
이제 한국에서 기출간된 어스시 전집 시리즈도 마지막 권을 읽을 참인데 그 다음인 5편, 6편은 언제 나올 생각인지 모르겠다. 혹시 애니메이션의 흥행실패에 지레 겁을 먹고 후속편 출간이 무기한 연기 되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표지가 다들 너무 예뻐서 꼭 끝까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게 애니메이션을 왜 그렇게 만들어 놔서 여러 사람 괴롭히는지.
가만. 이거 따져 보니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구나.
참고로 '게드전기'에 대해 원작자 어슐러 르 귄은 공식 사이트 에 이런 코멘트 를 남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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