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고 일어나면 총선이네요. 말은 자고 일어나면, 이라고 했지만 아마도 잠 안자고 있다가 새벽에 가서 찍고 들어가지 싶네요. 저번 대선 때도 그랬었는데. 생각보다 투표를 일찍부터 시작하더라고요? 나는 한 여덟 시쯤 시작할 줄 알았지. 그런데 여섯 시부터야. 그리고 그때 가도 사람들 많습니다. 부지런하신 분들이에요. 아니면 나같이 낮과 밤이 바뀐 분들이든지. 어쨌든 투표는 해야죠. 어떻게 생긴 투표권인데, 당연히 도장 찍으러 가야지. 안 그렇습니까?
아, 투표 이야기 하니까 생각나서 그러는데 말이에요. 이쪽이든 저쪽이든 다 마음에 안 들어. 그러니까 나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투표를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알아둬. 절대 내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무식해서 그러는 건 아니야. 혹시 이런 소리 하고 다니는 사람이 아직도 있나요? 없겠죠? 말만 번지르르하게, 어디서 잠시 잠깐 주워들은 건 있어가지고 찌질하게 말이야. 저런 거는 딱 중학교 정도에서 졸업했어야 되는데요. 무슨
중2병 환자 들도 아니고요. 투표권이 생길 나이가 되어서까지 저런 생각에 빠져있으면 안 되지. 아직도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게 폼난답시고 그러는 걸까?
정치 돌아가는 거 한두 번 봐요? 평생 정치에 관심만 기울이고 살아봐. 자기 마음에 딱 드는 사람 나오나. 전자 제품도 그렇잖아요. 이 다음에 더 좋은 게 나올 텐데, 이 다음에 더 싼 게 나올 텐데, 이런 생각만 하면 물건이 사집디까? 일단 필요하면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지. 투표도 마찬가지 같아요. 예쁜 사람 뽑는 게 아니라요. 덜 미운 사람 뽑는 거더라고요. 당연한 걸 가지고 다 마음에 안 든다느니.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권을 했다느니. 그래서 쓰겠습니까? 차라리 그냥 귀찮아서, 노는 게 더 좋아서 그랬다고 해요.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고.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사표라고 하는 거요. 그것도 참 말 장난인 게. 누구누구를 찍어봤자 어차피 안 될 거 뻔하니까 될 사람 찍겠다. 이런 건데요. 조금만 바꿔서 생각해봐요. 내가 안 찍어도 될 사람을 뭐 하러 굳이 또 찍습니까? 따지면 그것도 사표지. 그냥 대세에 묻히고 마는 표잖아요. 투표가 무슨 경마도 아니고, 굳이 일등을 맞춰 찍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까? 당선 안 되더라도 진짜 지지하는 후보를 뽑는 게 되려 자신의 표에 가치를 더하는 일이죠. 어찌됐든 지지율이라는 숫자는 결과로서 남는 거니까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그냥 뽑고 싶은 사람, 뽑고 싶은 정당한테 표를 던지면 되는 거예요. 기표소에서 누가 들여다 보고,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말이 좋아 민주주의지 정치인들이 국민 알기를 뭐처럼 하는 이 마당에, 그나마 몇 년에 한 번, 정말 드물게 국민이 국민 대접 받는 때가 선거철 아닙니까? 이때 지나면 또 언제 정치인들이 먼저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볼 수 있겠어요? 다음 선거 때까지 몇 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지. 이 귀한 기회를 저런 찌질한 논리, 말장난들 때문에 날려버린다는 게 정말 안타깝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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