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에도 세계 최신의 습식 면도기인 질레트의 Fusion 이 출시되었다. 사실 이게 미국에는 이미 작년 2월에 출시된 물건이다. 거기다 나 역시 국내 출시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작년 여름 미국에 갔을 때 현지에서 직접 사와버렸다. 그러니까 쓰기 시작한지 이미 반년이 훌쩍 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국내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반응을 보였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이제서야 뒤늦게 몇 마디 적는다. 뭐 서두는 이정도로 하고.
길게 말하기 전에 남들보다 한두 발 먼저 써본 사람으로서 단연코 말하는데, 좋다. 그 동안 정 붙이며 써오던 습식 면도기가 있더라도 과감히 버리고 새로 하나 장만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리고 건식 면도를 하고 있던 사람들 역시 이번 기회에 습식 면도의 세계로 넘어오게 할만한 매력이 아주 흘러 넘치는 물건이다. 그만큼 좋다.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 중에서도 가끔, 이런 물건을 이 정도 가격만 내고 써도 되나 하는 송구스러운 생각이 들만큼 잘 만들어진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게 딱 그렇다. 한국 출시가를 보니까 만사천원 안팎이던데 이 정도 물건에 이 정도 가격이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훼미리마트에 가면 공짜 로 나눠주기까지 한다며.
아는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이번에 나온 Fusion 은 5중날이다. 쉬크에서 4중날을 신나게 팔아먹고 있을 때 질레트는 3중날에서 하나 건너뛰어 5중날 면도기를 내놓았다. 4중날 면도기를 보면서 면도기 날 수 경쟁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구나, 질레트도 날 수를 늘리고는 싶은데 후발주자가 되는 게 자존심 상해서 모터를 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내 소인배스러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질레트는 5중날 면도기를 내놓았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헤드 뒤에는 날이 하나 더 달려있다. 면도기에 달린 날이 무려 여섯 개라는 이야기다.
이제 다른 경쟁업체들은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현재 날 수를 가지고 그대로 가느냐, 질레트를 따라서 5중날로 가느냐, 아니면 미친 척하고 하나 더 늘려 6중날로 가느냐의 사이에서 말이다. 이는 마치 한때 인텔과 AMD 사이에서 벌어졌던 과도한 CPU 클럭 수 경쟁을 떠오르게 한다. 기실 클럭 수 만으로는 CPU의 전체적인 성능을 대변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는 클럭 수 경쟁에 목을 맸다. 그러다 한계에 한계까지 다다르자 결국 거기서 손을 뗐지만 그만큼 하나의 상징적인 지표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준 사례임에는 틀림없다. 면도기도 마찬가지다. 면도기의 전체적인 성능에 있어 날 수가 차지하는 의미는 사실 그다지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개수의 날이 달린 면도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가 큰 것이다. 질레트는 이렇게 5중날 면도기를 만듦으로써 그전에 면도기에 모터를 도입한 아이디어까지 한꺼번에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날 수 경쟁에서 뒤쳐져있어 뭔가 빛이 바랬던 진동 기능이 드디어 떳떳하게 양지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면도기에 날 하나 더 갖다 붙이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인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까짓거 5중날이 나왔으면 하나 더 붙여서 6중날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세상일이 다 그렇듯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날이 하나 더 들어가게 되면 면도기의 헤드가 커지게 된다. 남자용 면도기가 상대하는 것은 다리나 여타 다른 신체부위처럼 면적이 넓고 곡률이 적은 곳이 아니다. 뺨, 턱, 코밑, 모두 좁은 면적에 심하게 굴곡이 져있는 부위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이다. 심한 곡면에 칼을 가져다 대면서도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되는데, 면도기의 헤드가 커지면 그만큼 부담이 된다. 얼굴 굴곡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날을 여러 개 집어 넣으면서도 최대한 헤드가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하나의 날을 얇게 만들든지, 아니면 날과 날 사이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 그런데 날을 얇게 만들자니 강도나 제작 공정에 어려움이 따르고, 간격을 좁히자니 면도 후 헤드를 씻을 때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여러 개의 날을 어떻게 배치할지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그냥 일렬로 배열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고 인체공학이랍시고 어긋나게 배치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헤드에 날을 하나 추가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날 추가로 인한 제작 단가의 상승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런 난관을 모두 헤치고 나온 5중날인 것이다. 이 다음부터는 더욱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
직접 사용해본 느낌을 말하자면 다시 한번 반복하는데, 좋다. 요즘 밖에서는 M3Power 를 쓰고 집에서는 Fusion을 쓰고 있어서 확실히 비교 가능한데, 좋다. 이건 마치 쟁기로 밭을 갈다가 트랙터로 쓸고 다니는 기분이다. 광고에서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5중날에 의한 적절한 하중분배가 면도할 때의 부담감을 최대한 줄여준다. 손에서는 같은 힘으로 누르고 있는데 그 힘을 세 개가 아닌 다섯 개의 날이 나눠서 피부에 전달하게 되니까 각각의 날이 피부에 주는 자극이 그만큼 줄어드는 원리다. 거기에 더욱 향상된 그립감, 유연한 컴포트가드 등에서 오는 편안함 등 은 덤이다. 마지막으로 미려한 디자인. 다른 회사의 면도기들이 남색, 회색 같은 어두운 색으로 칙칙한 디자인을 찍어내고 있을 때 질레트는 이런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기존에 면도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밝은 파랑, 오렌지 색을 기조로 한 디자인은 기존 M3Power 때 선보였던 형광 녹색과 마찬가지로 파격적이다. 디자인에 대한 필요가 기능에 대한 필요를 웃도는 요즘, 그 두 가지를 고루 만족시키는 좋은 물건의 표본이라 부를 만 하다.
예상했던 대로 대단한 물건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또 호들갑을 떨고 말았다. 세 번째로 반복하는데 그만큼 좋은 면도기다. 이로써 질레트가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경쟁 회사들은 또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 매우 흥미롭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아해 마지않는 습식 면도기가 아직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
길게 말하기 전에 남들보다 한두 발 먼저 써본 사람으로서 단연코 말하는데, 좋다. 그 동안 정 붙이며 써오던 습식 면도기가 있더라도 과감히 버리고 새로 하나 장만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리고 건식 면도를 하고 있던 사람들 역시 이번 기회에 습식 면도의 세계로 넘어오게 할만한 매력이 아주 흘러 넘치는 물건이다. 그만큼 좋다.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 중에서도 가끔, 이런 물건을 이 정도 가격만 내고 써도 되나 하는 송구스러운 생각이 들만큼 잘 만들어진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게 딱 그렇다. 한국 출시가를 보니까 만사천원 안팎이던데 이 정도 물건에 이 정도 가격이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훼미리마트에 가면 공짜 로 나눠주기까지 한다며.
아는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이번에 나온 Fusion 은 5중날이다. 쉬크에서 4중날을 신나게 팔아먹고 있을 때 질레트는 3중날에서 하나 건너뛰어 5중날 면도기를 내놓았다. 4중날 면도기를 보면서 면도기 날 수 경쟁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구나, 질레트도 날 수를 늘리고는 싶은데 후발주자가 되는 게 자존심 상해서 모터를 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내 소인배스러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질레트는 5중날 면도기를 내놓았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헤드 뒤에는 날이 하나 더 달려있다. 면도기에 달린 날이 무려 여섯 개라는 이야기다.
이제 다른 경쟁업체들은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현재 날 수를 가지고 그대로 가느냐, 질레트를 따라서 5중날로 가느냐, 아니면 미친 척하고 하나 더 늘려 6중날로 가느냐의 사이에서 말이다. 이는 마치 한때 인텔과 AMD 사이에서 벌어졌던 과도한 CPU 클럭 수 경쟁을 떠오르게 한다. 기실 클럭 수 만으로는 CPU의 전체적인 성능을 대변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는 클럭 수 경쟁에 목을 맸다. 그러다 한계에 한계까지 다다르자 결국 거기서 손을 뗐지만 그만큼 하나의 상징적인 지표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준 사례임에는 틀림없다. 면도기도 마찬가지다. 면도기의 전체적인 성능에 있어 날 수가 차지하는 의미는 사실 그다지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개수의 날이 달린 면도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가 큰 것이다. 질레트는 이렇게 5중날 면도기를 만듦으로써 그전에 면도기에 모터를 도입한 아이디어까지 한꺼번에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날 수 경쟁에서 뒤쳐져있어 뭔가 빛이 바랬던 진동 기능이 드디어 떳떳하게 양지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면도기에 날 하나 더 갖다 붙이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인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까짓거 5중날이 나왔으면 하나 더 붙여서 6중날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세상일이 다 그렇듯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날이 하나 더 들어가게 되면 면도기의 헤드가 커지게 된다. 남자용 면도기가 상대하는 것은 다리나 여타 다른 신체부위처럼 면적이 넓고 곡률이 적은 곳이 아니다. 뺨, 턱, 코밑, 모두 좁은 면적에 심하게 굴곡이 져있는 부위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이다. 심한 곡면에 칼을 가져다 대면서도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되는데, 면도기의 헤드가 커지면 그만큼 부담이 된다. 얼굴 굴곡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날을 여러 개 집어 넣으면서도 최대한 헤드가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하나의 날을 얇게 만들든지, 아니면 날과 날 사이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 그런데 날을 얇게 만들자니 강도나 제작 공정에 어려움이 따르고, 간격을 좁히자니 면도 후 헤드를 씻을 때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여러 개의 날을 어떻게 배치할지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그냥 일렬로 배열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고 인체공학이랍시고 어긋나게 배치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헤드에 날을 하나 추가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날 추가로 인한 제작 단가의 상승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런 난관을 모두 헤치고 나온 5중날인 것이다. 이 다음부터는 더욱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
직접 사용해본 느낌을 말하자면 다시 한번 반복하는데, 좋다. 요즘 밖에서는 M3Power 를 쓰고 집에서는 Fusion을 쓰고 있어서 확실히 비교 가능한데, 좋다. 이건 마치 쟁기로 밭을 갈다가 트랙터로 쓸고 다니는 기분이다. 광고에서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5중날에 의한 적절한 하중분배가 면도할 때의 부담감을 최대한 줄여준다. 손에서는 같은 힘으로 누르고 있는데 그 힘을 세 개가 아닌 다섯 개의 날이 나눠서 피부에 전달하게 되니까 각각의 날이 피부에 주는 자극이 그만큼 줄어드는 원리다. 거기에 더욱 향상된 그립감, 유연한 컴포트가드 등에서 오는 편안함 등 은 덤이다. 마지막으로 미려한 디자인. 다른 회사의 면도기들이 남색, 회색 같은 어두운 색으로 칙칙한 디자인을 찍어내고 있을 때 질레트는 이런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기존에 면도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밝은 파랑, 오렌지 색을 기조로 한 디자인은 기존 M3Power 때 선보였던 형광 녹색과 마찬가지로 파격적이다. 디자인에 대한 필요가 기능에 대한 필요를 웃도는 요즘, 그 두 가지를 고루 만족시키는 좋은 물건의 표본이라 부를 만 하다.
예상했던 대로 대단한 물건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또 호들갑을 떨고 말았다. 세 번째로 반복하는데 그만큼 좋은 면도기다. 이로써 질레트가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경쟁 회사들은 또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 매우 흥미롭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아해 마지않는 습식 면도기가 아직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








